내려앉는 낙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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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21년11월06일 조회1,31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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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앉는 낙엽처럼
어느덧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아침 처녁으로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지나갑니다. 어느 시인의 “시월”이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이 생각납니다. “나도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아래로 내려앉고 싶다.”
가슴 깊이 따스함과 잔잔한 감동을 주는 구절입니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은 봄에 파릇파릇
피어올랐던 푸른 잎사귀입니다. 따뜻한 봄과 뜨거운 여름을 지내며 자기 자리에서 제 모습을
지키고 세월의 바람을 맞으며 나뭇가지에 붙어 있다가 차가운 바람에 서서히 옷을 갈아입더니
이제는 겸손히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입니다. 높은 가지에 달려서 푸르른 모습을 뽐내며 힘있게
달려 있던 잎사귀들이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나이가 들더니 이제는 노랗고 빨간 세련되고
원숙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조용히 그리고 겸손히 낮은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입니다.
나뭇가지에 높이 달려 있는 푸른 잎사귀도 보기 좋지만 이 가을에는 조용히 낮은 곳으로
내려앉아서 바람에 휩쓸리며 사람들의 발소리에 문득 놀라며 몸을 돌리는 노랗고 빨간 낙엽들의
모습이 쓸쓸해 보이지 않고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것은 웬일일까요? 아마 모두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만 하는 이 시대의 모습에 식상한 때문이 아닐까요? “나도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아래로 내려앉고 싶다”고 고백한 그 시인도 떨어지는 아름다운 낙엽들에서 그런 신선함과
따스함을 느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스스로 말없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낙엽 같은 사람들이
이 시대에 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낙엽만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결실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이 가을에 맛볼 수 있는 열매들도 익지 않았을 때는 나뭇가지에
힘을 내서 힘껏 달려 있다가 잘 익은 열매가 되면 저절로 아래로 떨어지지 않습니까?
아마 그 몸무게가 가벼울수록 높이 달려 있으려고 하고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겸손히 아래로
내려앉는 모양입니다. 벼도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던가요?
사랑도 희망도 믿음도 메마른 시대에서 생명강 가에 심어진 나무 같은 성도들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충만히 받기에 언제나 푸른 나무같이 싱싱하고 원기 왕성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 잎사귀도 그리고 그 열매도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 충분히 무르익고
무게가 묵직하게 되면 조용히 그리고 겸손히 낮은 곳으로, 아래로 내려앉게 되는 것이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자연의 섭리요 창조의 원리임을 발견합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우리 사회를 보실 때 어떤 사람을 찾으실까요? 멀리 갈 것도 없고 크게 생각할
것도 없이 우리 교회를 보시고, 우리 모임을 보시고, 우리 가정을 보실 때 아름다운 낙엽 같은 사람,
잘 익은 과일 같은 성도를 찾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와 우리 교회에 필요한
사람은 푸르고 싱싱한 잎사귀와 열매만이 아닐 것입니다. 겸손히 내려앉는 낙엽과 잘 익어서
떨어지는 열매와 같은 성숙한 신앙인격을 가진 사람을 보고 싶습니다.
어디서나 아름다운 낙엽과 풍성한 열매를 볼 수 있는 이 결실의 계절에 우리도 그 시인과 같은
고백을 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나도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아래로 내려앉고 싶다.
” 오늘 우리 마음에 조용히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내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누구든지 섬김을 받고자 하면 남을 섬겨야 하고 높아지고자 하면 낮아져야 한다.”
< 이 희 수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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